한국전에 참전했던 터키 청년들이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되어 56년 만에 '형제의 나라' 한국을 찾았다.
22일 오전 11시 40분께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초청으로 6·25 참전 터키용사 16명과 가족 등 32명이 부산 남구 대연동 UN 기념공원을 첫 방문해 참배했다. 행사 시작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묘역을 참배하는 백전 노장 터키 용사들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1952년부터 1년간 한국전에 참전했던 투르프쿠(81) 씨는 한동안 대리석으로 된 터키 무명 용사의 묘지에 손을 대고 흐느꼈다. 그는 "함께 전투를 하다 숨진 전우가 생각난다"고 했지만 전우의 묘역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까워했다. 터키군은 한국전에 총 1505명이 참전해 현재 462명이 UN 기념공원에 묻혀 있고 그 중 20여 구는 무명용사의 묘다.
터키 용사를 대표해 헌화한 세바트(79) 씨는 "56년 만의 방문인데 무척 감회가 새롭다"며 "한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친형제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며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남색 정장에 회색 바지를 입은 참배객 일행은 터키 군인 묘역을 돌아보며 전쟁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세즈짐(79) 씨는 "철원에서 전투 중 미군 비행기가 유엔군을 적으로 오인해 폭탄을 떨어뜨려 동료의 턱 위가 날아가는 끔찍한 일도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번 터키 참전 용사의 한국방문은 터키 한국전 참전 협회의 도움을 받아 재향군인회가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