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5 국제신문/ “호주 최연소 지휘관 부친, 한국 가을 극찬한 편지 보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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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022-1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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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21115.22012004132
“호주 최연소 지휘관 부친, 한국 가을 극찬한 편지 보내기도”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10> 호주군 故 찰스 그린 씨
- 2차대전 활약… 한국전도 참전
- 온화한 리더십으로 부대 지휘
- 텐트 날아든 포탄 파편에 전사
- “진홍색·금색으로 불타는 들판”
- 가족에게 한반도 아름다움 묘사
- “많은 시간 함께 못해 아쉽지만
- 지금 자유의 대한민국 보니
- 그 희생 헛되지 않았음 느껴”
“아버지의 희생은 한국인으로부터 존경받아왔죠. 한국인이 끊임없이 감사를 표현했기에 어머니가 남편이 없는 삶을 헤쳐 나갈 수 있었어요.”
한국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안테아 그린(74) 씨는 힘든 시간을 보냈던 어머니 이야기 등 가족사를 꺼냈다. ‘조용한 지휘관’으로 불린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호주군 고 찰스 그린 중령. 그는 “아버지가 한국전쟁에서 돌아가셨을 때 나는 3살이라 기억이 전혀 없다. 다만 어머니와 주변 가족으로부터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고속 승진으로 26살에 지휘관
안테아 그린 씨의 아버지인 고 찰스 그린 중령.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안테아 그린 씨 제공
그의 부친은 1919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의 한 시골에서 태어났다. 가족들은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갔다. 그의 아버지도 할아버지의 농장에서 쟁기질 등 일을 했다. 17살 때 지역 군에 입대한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해외 복무에 자원했다.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부친은 부하와 동료로부터 존경받게 됐고 빠른 진급을 거듭했다. 1945년 26살의 나이로 호주군 최연소 지휘관에 올랐다.
적의 포탄은 병사와 지휘관을 가리지 않았다. 1950년 10월 30일 전투를 마친 그의 그린 중령은 텐트에서 쉬고 있었다. 그때 적의 포탄 한 발이 텐트 쪽으로 날아들었다. 복부에 파편이 박힌 부친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다음 날 전사했다.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슬픔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재혼하지 않았고 아버지를 기다렸다. 나도 어렸을 때 우리 집 정문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곤 했다.”
■사랑스럽고 온화했던 남편
1951년 6월 호주군이 탱크를 타고 임진강으로 진격하는 모습.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안테아 그린 씨 제공
짧은 기간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그의 아버지는 세 차례 전투의 공적을 인정 받아 미국 은성 훈장을 받았다. 이 훈장은 명예훈장 수훈십자장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훈장이다.
“아버지는 전투에서 사용한 전략, 냉철한 머리, 활동적인 지도력, 부하와 함께 한 리더십 등으로 존경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한 역사가에 의해 ‘조용한 지휘관’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2008년 영국제국전쟁박물관의 한 역사학자가 오스트레일리아전쟁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아버지에 관해 ‘찰스 그린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런 사람이다. 인상적이고 역동적인 지도자였다. 훌륭한 스타일로 전투를 이끌었고 그의 죽음은 큰 손실이었다. 호주의 위대한 지휘관 중 한 명에게 조용하지만 강력한 찬사를 보낸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의 공로를 인정 받아 2019년 대한민국 을지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합장
안테아 그린(왼쪽) 씨와 그의 어머니 고 올윈 그린 씨.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안테아 그린 씨 제공
“아버지가 살아있었으면 아마 100살이 넘으셨을 것이다.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에 전쟁에서 살아남았다면 호주군 지도부의 일원이었을 것이다. 아니면 어머니의 책에서 언급된 대로 전쟁이 끝난 뒤 아버지 가족의 농장으로 돌아가 농부로 일했을 수도 있다. 아버지가 전사한 뒤 도착한 마지막 편지에서도 아버지가 농장을 경영하는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11월 아버지를 따라 영면한 어머니를 아버지의 묘지 곁으로 합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