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추모마당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 누구나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에 감사하고 추모할 수 있습니다.

추모글 남기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는 전몰용사에 대한 추모의 글을 남기는 공간입니다.
단, 타인을 근거없이 비방하거나 욕설, 음란성, 장난성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일반] 영연방 참전 기념행사

  • 작성자이석조
  • 작성일2007-04-23 15:30:22
  • 조회3802

4.19은 우리에게는 1960년 독재정권에 항거한 학생의거의 날이지만
영연방 국가들에게는 참전기념일로 지정되어있다. 그 날은 1953년 휴전선
부근의 가평과 문산 전투에서 많은 영연방 군인들의 목숨을 희생한 날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중공군.

영연방 희생자 수는 모두 2,117명인데 이 중 1,177명이 영국군인이고
나머지가 카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군인들이다.
이들 군인들의 상당 수가 바로 그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다.

기념행사는 그들 중 태반이 안장되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에서 시작되어
그 다음 날 전투 기념비가 있는 가평과 문산에서 사흘동안 거행되었다.
첫 날은 카나다 참전 기념비와 호주 뉴질랜드 참전 기념비에서 기념식을
가졌고 다음 날은 영국 참전 기념비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참전용사들은 세찬 비줄기와 때 늦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54년전의
그 격렬했던 전투를 회상하며 진지했다. 각국 무관들이 그 날의 전투
장면을 소상히 설명하였는데 참전용사들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들은 한결곁이 일생동안 그 처럼 처절한 날은
없었다고 했다.

이제 평화가 오고 그 전투의 승자도 패자도 없다. 중공이라는 나라도
없어졌다. 상처는 치유되었으나 그 날의 교훈은 길이 남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인류는 전쟁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화합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렇지만 북한의
인권은 화합의 대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들은 며칠 간 한국 체제동안 한국의 발전상을 보고 더욱 감격해 했다.
그 당시 한국인들은 전쟁과 가난 사이에서 비참하기 그지 없었는데 이 처럼
번영하는 나라를 이루었으니 자신들의 희생이 보람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저간의 한국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 현재의
한국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관심도 보였다.

이곳 유엔군 묘지를 관리하면서 느낀 흥미있는 현상 하나는 영국과
영연방의 태도다. 현재 유엔기념공원에는 약 2,300 개의 유엔군
무덤이 있는데 그 중 약 70 퍼센트에 해당하는 1,589개가 영연방 군인들의
무덤이다. 왜 그들은 조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역만리 이곳에 안치된 후
그들의 동료나 가족들이 해마다 이렇게 여기를 찾도록 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봤다. 이것이 바로 대영제국을 낳은 정신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외국에서 죽은 자국인들의 무덤을 넘어서 더 앞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진취적인 정신이 아닐가 싶다. 언젠가 영국인에게 물어봤더니
간단히 자기들의 풍습이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그러한 풍습의 배경에는
이러한 정신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 이석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