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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11. 국제신문/[도청도설] 터키에 나무 보내기

[도청도설] 터키에 나무 보내기 

 

미국 역사저술가인 T.R.페렌바크의 ‘이런 전쟁’은 한국전 참전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미군에 대해선 상당히 시니컬하지만 터키군의 용맹함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터키군은 외투형 군복만 입은 채 영하 20도를 넘는 극한의 추위를 묵묵히 버텨냈고, 수십배가 넘는 중공군이 밀려와도 군모를 뒤로 벗어 던지고는 “모자가 떨어진 곳 이상은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며 싸우더라는 것이다. 같은 고향 사람끼리 부대가 편제돼 도망가면 평생 사내 대접을 못 받는다는 자각도 있었을 거란 게 저자의 분석이다. 덕분에 중공군이 터키군을 가장 두려워했다고 한다.



부산 대연동 유엔기념공원에서 실제 터키 군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6·25전쟁 58주년을 앞두고 터키 참전용사들이 방한했을 때다. 터키는 2만1212명을 파병해 1005명이 전사했고 462명의 유해가 부산에 안장돼 있다. 젊은 후배 군인의 부축을 받던 한 노병이 취재 중인 기자에게 친근하게 말을 붙여왔다. 그의 한국어가 서툴러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지만 “형제의 나라에서 왔다”는 한마디만은 분명했다.


터키 NGO인 환경단체연대협회 홈페이지(www.dikiliagacimvar.com)에 한글로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올라왔다. 한국인들이 기부한 묘목 수천그루를 잘 키워 터키 삼림을 다시 가꾸겠다는 내용이다. 사연은 이랬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한국에 패한 터키 선수들이 그날 따라 유난히 서럽게 울었다. 알고 보니 재난으로 고통받는 고국에 승전보를 전하려다 무산된 데 따른 눈물이었다. 터키에선 남부 해안을 따라 200여건의 산불이 발생해 이재민과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6년간 터키 리그에서 뛰면서 7개 우승컵을 들어올린 김연경 선수에게도 터키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 나라다. 사정을 알게 된 김연경 팬들은 터키 묘목 기부 캠페인에 돌입했고 이후 ‘김연경’이나 ‘팀 코리아’ 명의의 온라인 기부가 줄을 이었다. 홈페이지 대문글은 그에 대한 보답이었다.

터키어는 조사나 어미가 발달한 조어 방식, 주어 목적어 술어로 이어지는 문장 구성, 수식어가 피수식어에 앞서는 어순 등에서 한국어와 유사성이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전에서 상대팀인데도 터키를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한국 축구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는 나라가 터키다. 기상이변에 의한 잇단 자연재해는 터키 국민에게 큰 고통이지만, 이를 계기로 두 나라가 진짜 형제처럼 다시 한번 끈끈하게 맺어지고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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