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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미안해요


지하철을 타고 동작대교를 지나며 건너편 국립묘지를 바라본다. 단풍이 한창인 나무들은 타는 노을을 받아 더욱 붉다. 이 근처로 이사를 온 뒤 언젠가는 저 곳을 한번 가봐야 하는데, 맘뿐으로 지내온 세월이 10년째다.

며칠 전 친구들과 KTX 부산 패키지 관광을 떠났다. 여행상품이 다양해서 시간만 나면 여행을 즐기는 친구 덕에 국내 여행을 잘 가는 편이다. 얼마나 좋은 시대에 와 있는지 실감하며 부산에 도착했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여행은 또 다른 감흥이 인다. 겨울을 받아드릴 준비로 훌훌 벗어내는 계절이어 설까. 스산한 바람이 부는 들녘,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갈대의 흐느낌이 있어서 일까.

부산은 대학시절, 어느 해 여름방학에 잠깐 다녀갔던 기억이 전부였다. 길다란 영도다리를 건너 한참 달리니 UN 기념 공원이 보였다. 향나무를 잘 다듬어 놓은 공원은 적막했다. 들어서기 전부터 가슴에 무거운 것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 왔다. 6.25 전란에 파병된 UN군들의 넋이 쉬는 곳, 관광코스로 빼놓을 수 없다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오래 전 부산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유엔군 묘지가 잘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묘역이 제대로 관리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인가. 요즘 방영하는 ‘영웅시대’라는 드라마에서 잠깐 언급된 장면을 떠올리며 묘지를 바라보는 마음이 예사롭지만은 않았다.

이름도 없는 무명용사의 묘도 몇 십구 있었다. 관리인의 말로는 유가족이 이장을 해가고 2,300여구가 남아있다고 했다. 군데군데 장미가 환하게 피어 있고 사철나무와 회양목이 잘 다듬어져 있었으나 공원을 돌아보며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청춘의 나이로 목숨을 바친 영령들, 아들을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던 부모에게 전사통지가 날아갔을 때, 과연 그들은 무어라 울부짖었을까. 별안간 찬 바람이 가슴으로 비수처럼 꽂힌다. 너무 미안하고 안쓰러운 젊은이들. 그들에게는 어떤 보상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상처일 것이다.

이곳 남구에 처음 자리를 잡으려 할 때 구민들의 반대가 커 묘지라 하지 않고 기념공원이라 명명했다는 말을 들으니 공원을 거니는 것조차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을 떠나 온 젊은이들, 죽음을 예견하면서 싸울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이데올로기. 이제는 전쟁의 기억조차 희미해졌지만 인류평화를 위해 목숨을 버린 그들을 무슨 말로, 어찌 보상 할 수 있을까.

아들애가 군에 입대했을 때를 떠올렸다. 전시도 아니고 평화로운 시절 남아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할 때까지 얼마나 가슴에 그리움을 품고 살아왔던가. 아이가 신던 구두만 보아도, 입던 옷을 만지면서도 눈물을 삼켰던 시간들이었다.

남편의 생일에 모두 모였다. 왁자한 분위기에 고조되어 있던 남편이 서재로 들어가 아들애의 전역 패를 들고 나왔다. 약장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어루만지며 “정말 보고 싶다” 고 중얼거린다. 제대 후 바로 복학하기위해 미국으로 가 있는 아이가 생각났던 모양이었다.

묘역을 걸으며 그들의 부모를 생각해 보았다. 부모는 누구나 똑같은 마음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으로 파병되어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아들을 어디에, 누구에게 호소를 하겠는가. 허공에 대고 통곡을 해 봐도 소용없는 것을.

가을 소슬바람이 나뭇잎을 날린다. 장미는 아름답게 피어있지만 꽃술이 눈물로 엉켜있는 듯 촉촉하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나무 끝이 송곳처럼 가슴에 와 박힌다. 이곳저곳 영령의 숨소리가 날아다니는 묘역. 머리를 숙이고 “미안해요”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나 역시 부모이며 어머니이기에.


<scRIPT language=javascript> </scRIPT> 북한산
가고싶지 않은 군대...하지만 남자라면 꼭 갔다 와야만 하는 군대...지금은 인터넷에 군복입은 모습에 눈물을 흐리면서도 대견 스러워하는 시대...참으로 좋은 시절입니다...걸프전때보다 더많은 미군이 죽어가는 이라크에서 전쟁이 무엇인지...타고난 운명는 따로있는지 가끔은 생각이 문득 문득 떠오릅니다. 잘읽고갑니다 05.03.14 09:33
<scRIPT language=javascript> </scRIPT> 야생화
부산친구 따라 유엔공원에 들렀던 젊은 날...무슨 기념을 한답시고 사진만 열심히 찍고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무심하게 사는 우리들...오늘 419공원에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05.03.14 10:45
<scRIPT language=javascript> </scRIPT> 쟈크렌
슬퍼요....쥔장님은 그냥 술술 쓰시는 것 같은데 읽는 마음에 감동을 주는군요....전쟁이란 참으로 몹쓸것이에요.... 05.03.14 20:13
<scRIPT language=javascript> </scRIPT> 바비
제 아들도 올 가을에 군에 가야해요. 많이 울것 같기도 하고.....주인님 글을 보며..벌써 마음이 이상해져옵니다. 05.03.15 20:25
<scRIPT language=javascript> </scRIPT> Jina
잉.... 감동이네여... 05.04.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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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다음카페 쉼터 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