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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유엔기념공원 자원봉사 소감문쓰기 대회] 은상-이지유/아름다운 나라

  • 작성자admin
  • 작성일2018-12-24 15:01:32
  • 조회1140

아래는 '2018 유엔기념공원 자원봉사 소감문쓰기 대회'에서 은상을 입상한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나라 - 이지유 (UN평화봉사단)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바다에 가면 끝없는 수평선이 우리의 가슴을 뻥 뚫어주고, 무심코 하늘을 보면 밝은 태양과 푸른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68년 전, 이 끝없는 바다는 붉은 피로 물든 잔혹한 현장이었을 것이고, 푸른 하늘은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기도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전쟁이란 참혹한 현장임을 알면서도 여기에 자원하여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신 분들은 대부분 지금 내 나이 또래의 청년들이었다. 연고도 없는 먼 나라에서 총을 들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싸운다는 것.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 생각만 하면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해준 분들께 비록 보상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지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2010년부터 UN기념공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활동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들은 질문은 일하면 힘들지 않아요?’였다. 사실 몸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힘이 들어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는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희생한 전사자들 앞에서 힘든 내색을 감히 할 수가 없다. 비록 돌아가신 분들이지만 그 분들의 영혼이 어디선가 우릴 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말이다. 그래서 에이, 봉사에 열중하다보면 벌써 마칠 시간이던걸요.’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묘비 근처에 자란 잡초를 제거하다가 장미 가시에 찔린 아픔도, 쭈그려 앉아 일하면서 저린 다리도 당신들의 고통에 비하면 정말 미약하기만 하다

봉사를 하다보면 간혹 힘들어서 일을 대충하시는 분들이나 집에 일찍 가고 싶어서 투정을 부리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다들 힘든 것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약에 유가족이었더라면 타국에 안장되어 있는 참전용사 유해들의 묘지는 잘 관리되고 있는지 한 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입장 바꿔 우리 가족, 우리 조상님이라고 생각하면 한 분의 묘지라도 더 정성스레 관리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물론 대부분 제 일처럼 열심히 땀 흘리며 봉사에 임해주신다. 다들 한 마음으로 모여 봉사를 하지만 개개인의 참여도나 적극성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아쉽다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그럴수록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느꼈다

이렇게 원동력을 얻고 열심히 공원을 관리하다 보면 뿌듯한 순간이 많다. 봉사자들 모두가 힘을 모아 정비한 UN기념공원에 오시는 방문객들이 청결하게 유지된 공원을 보며 감탄해한다던가, 깨끗한 공원이 매스컴을 타면 괜스레 어깨가 높아진다. 특히 최근 내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터키 분들이 UN기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역만리 떨어진 나라 터키에서 오신 분들이 한국전쟁을 기억하여 UN기념공원을 방문하고 군인들의 명복을 빌며 애도를 표현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감명 깊었다. 더욱이 공원을 둘러보며 도시와 공존하고 있는 공원이 잘 관리되고 있다면서 감탄한 터키 분들을 보며 거기에 내가 이바지 했다고 생각하니 나름 자부심을 느꼈다

내가 참전용사 분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진심을 담아 꾸준히 봉사를 하는 것이고, 나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힘쓰고 계신다. 얼마 전, 뉴스에서 사진작가 현효제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군인 찍는 사진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그는 180만여 명에 달하는 한국전 참전 미군의 공헌을 기리는 리멤버 18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한화에서 후원을 해주지만 한 때 그는 장비를 팔기까지 하면서 사비로 사진을 찍고는 했었다. 단지 군인의 신념을 사진에 담기 위해, 한국이란 나라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영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참전용사들의 생전 모습을 찍어주는 재능 기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그들 내부에서도 잊혀졌을 법한 60여 년 전의 전쟁을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전쟁 당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윌리엄 웨버 장교는 자신들이 더 잘 싸웠더라면 통일된 한국을 볼 수 있었을텐데, 분단이 돼 미안하다.”고 오히려 우리에게 미안함을 갖고 계신다고 한다. 하지만 당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고 평생의 자부심으로 여겨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기실 수 있도록 우리도 기억할 것이다.  

곧 한 해가 지나고 또 한 해가 가면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0년이 된 해를 맞이한다. 강산이 일곱 번 바뀔 동안 우리나라는 눈이 부시게 성장했고, 70년 전의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가 누리는 풍요로움과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은 하늘에 계신, 그리고 이 땅에 살아 계시는 모든 참전용사 분들께 부끄럽지 않도록 잘 보전해 나갈 것이다. ‘참 아름다운 많은 꿈이 있는 이 땅에 태어나서 행복한 내가 아니냐.’ 내가 느끼는 행복과 많은 꿈이 있는 이 나라를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