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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유엔기념공원과 관련한 신문, 잡지 등의 "언론 보도기사 모음" 입니다.

2019.06.04 부산일보/“부산서 잠든 남편 곁에 영원히” 프랑스 참전용사 아내의 思夫曲

“부산서 잠든 남편 곁에 영원히” 프랑스 참전용사 아내의 思夫曲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지난 2015년 안장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고 레몽 베나르 씨의 부인 니콜 베나르(왼쪽) 씨가 3일 딸과 함께 남편의 묘비에 꽃을 놓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지난 2015년 안장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고 레몽 베나르 씨의 부인 니콜 베나르(왼쪽) 씨가 3일 딸과 함께 남편의 묘비에 꽃을 놓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남편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에서 부산을 찾은 백발의 할머니는 묘비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았다. 기도가 끝나자 묘비를 한참 어루만졌다. 눈물을 애써 참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는 땅속에 잠든 남편과 다시 만났다.

사후 유엔공원 안장 참전용사

레몽 베나르 씨 부인 니콜 씨

2015년부터 매년 묘소 참배

“함께 묻히게 해 달라” 요청에

공원 측, 부인으로 최초 승인 

올핸 가수 이승철 부인도 참석 

3일 오전 11시께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내 유엔묘지에서 만난 프랑스인 니콜 베나르(87) 씨는 70여 년 전을 회상했다. 17살에 약혼한 니콜 씨는 1950년 당시 3살 연상인 ‘미래의 남편’ 레몽 베나르 씨를 한국으로 떠나보냈다. 프랑스 낙하산 부대 소속이었던 그가 유엔군으로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슬프고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강조한 ‘의무의 의미’를 알았기에 그를 전쟁터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니콜 씨는 1952년 프랑스로 돌아온 레몽과 결혼해 아들 둘과 딸 둘을 낳아 키웠다.

니콜 씨는 남편이 자동차 판매업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레몽 씨는 생전에 가족 앞에서 전쟁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전쟁을 언급하지 않았던 레몽이 지난 2010년 한국에 다녀온 뒤 많이 바뀌었습니다. 땅굴을 파고 숨었던 이야기부터 강원도 양구의 펀치볼 전투까지 전쟁 당시 이야기를 아이들 앞에서 하기 시작했죠. 남편은 그때 이후부터 자신이 죽으면 반드시 한국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니콜 씨는 지난 2015년 남편 시신이 부산 유엔묘지에 안장된 뒤부터 매년 부산을 찾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큰 결정을 내렸다. 

“한국에 묻힌 그를 두고 프랑스로 돌아갈 때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레몽과 함께 묻히게 해 달라고 지난해 관계 당국에 부탁했습니다.” 

올해 2월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는 니콜 씨의 사후 안장을 승인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사후 참전용사들의 부인 가운데 최초로 승인을 받은 것이다. 곁에 있던 딸 베로니카(64) 씨는 처음에 반대했지만 결국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니콜 씨는 이날 함께 묘소를 참배한 유엔기념공원 박은정 홍보과장과 가수 이승철 씨의 부인 박현정 씨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승철 씨 부부는 9년 전부터 레몽 가족과 인연을 가진 사이다.마지막으로 니콜 씨는 한국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동안 한국에 있는 여러 분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때가 되면, 한국에서 레몽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