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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참전용사의 희생에 감사하고 추모할 수 있습니다.

언론보도

유엔기념공원과 관련한 신문, 잡지 등의 "언론 보도기사 모음" 입니다.

2021.07.09 조선일보/ 11國 2311명이 잠든 이곳,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

11國 2311명이 잠든 이곳,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

 

부산 유엔기념공원 70년

 

김준호 기자

 

 

6·25전쟁의 비극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유엔군사령부는 전사자 매장을 위해 부산 남구 대연동 일대 논과 밭을 징발해 묘지를 조성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에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공간이 됐다. 묘역 한가운데 있는 캐나다 기념 동상 아래 ‘캐나다의 용감한 아들인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글귀가 보였다. /김동환 기자

​​6·25전쟁의 비극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유엔군사령부는 전사자 매장을 위해 부산 남구 대연동 일대 논과 밭을 징발해 묘지를 조성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유엔기념공원은 전 세계에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공간이 됐다. 묘역 한가운데 있는 캐나다 기념 동상 아래 ‘캐나다의 용감한 아들인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글귀가 보였다. /김동환 기자

 

11월 11일 오전 11시, 전 세계가 부산을 향해 1분간 고개를 숙인다. 6·25전쟁 유엔군 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을 향해 일제히 묵념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다. 부산 남구 대연동 재한유엔기념공원(UNMCK)에 안장된 장병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2007년부터 시작했다. 11월 11일은 1차 대전 종전일이자, 영연방 국가의 현충일이다.

 

유엔기념공원에는 유엔군 용사 2311명(부부 합장자 등 사후 안장 포함) 유해가 잠들어 있다. 호주·캐나다·프랑스·네덜란드·뉴질랜드·노르웨이·남아공·터키·영국·미국과 한국(유엔군 파병 한국인) 등 11국 출신이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묘지다. 전쟁의 비극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전사자 매장을 위해 대연동 일대 논과 밭을 징발해 조성한 이곳은 70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에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공간이 됐다.

 


◇세계 유일 유엔군 기념 묘역

8일 오후 유엔기념공원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산책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묘역은 국제 규격 축구장 18개를 합친 크기(13만3701㎡). 국적과 이름, 소속, 생년월일, 전사 시기 등 낯선 땅에서 낯선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흔적이 A4 용지 한 장보다 조금 큰 동판에 새겨져 있었다.

 

 

하얀 십자가가 가득한 1961년 당시 유엔기념묘지의 모습. /유엔기념공원

하얀 십자가가 가득한 1961년 당시 유엔기념묘지의 모습. /유엔기념공원

 

묘역 한가운데 캐나다 기념 동상이 서 있었다. 군복 차림 군인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소녀를 안고, 자신의 옆에 선 소년의 등에 손을 얹고 있었다. 미래 세대에게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말없이 전하는 모습이다. 소년과 소녀가 안고 있는 단풍나무 잎과 무궁화는 한국과 캐나다, 실종된 캐나다 군인을 상징한다. 동상 아래 ‘캐나다의 용감한 아들인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글귀가 보였다. 삼각형으로 솟은 추모관, 전몰장병 이름을 새긴 추모명비,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조각된 위령탑, ‘무명용사의 길’도 있다.

 


◇코로나로 입국 막힌 유족 위해 대리 헌화도

유엔기념공원은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 11국 주한대사가 위원으로 활동한다. 공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예산은 함께 조달하지만, 우리나라가 비용 대부분을 부담한다.

 

유엔기념공원은 최근 ‘대리 헌화’를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로 참전용사 유족과 전우들의 한국 방문길이 막힌 탓이다. 기념공원 관리처에 따르면, 지난 3월 영국군 고(故) 제임스 토머스 헤런(Heron) 상병의 사 남매로부터 이메일이 도착했다. ‘어떤 이들은 영웅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지만, 아버질 못 만나봐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당신의 기억에 건배를 보냅니다.’ 아버지의 100번째 생일을 현지에서 기리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 남매를 위해 관리처는 헤런 상병 묘에 꽃다발을 놓고, 생전 그가 즐겼다는 맥주를 뿌렸다. 유엔기념공원 관계자는 “참전용사 유족과 전우들이 점점 고령화되고, 코로나 등 변수로 한국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상현실(VR) 참배를 할 수 있는 사이버 추모 공간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 도시'로 변모하는 부산

지난달 24일 부산 남구청 로비. 2층에서 4층까지 가로 5.2m, 세로 9.55m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한국인 카투사 현희석 이병부터 6·25전쟁 당시 군수물자를 풀어 이재민 구호에도 앞장선 리처드 위트컴(Whitcomb) 준장 등 군인 388명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사진이 담겼다. 이들은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참전용사 중 사진이 확인된 일부다. 유엔기념공원이 안장자 사진을 일반인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허강일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참전 용사를 기리고, 젊은 세대에게 자유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행사”라고 말했다. 유엔군 참전의 날이자, 휴전 협정일인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유엔기념공원을 중심으로 부산 남구 일대는 ‘세계 평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10년 정부가 남구 일대 57만여㎡를 유엔평화문화특구로 지정하면서 속도가 붙었고, 유엔평화기념관과 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이 잇따라 조성됐다. 2023년까지 유엔평화축제, 세계평화문화공원화사업도 추진된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 대한민국은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유엔평화문화특구를 통해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전사자를 추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