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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22 연합뉴스/< 빗물이 씻어내린 터키 노병의 눈물 >

< 빗물이 씻어내린 터키 노병의 눈물 >
기도하는 6.25 참전 터키 노병

(부산=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가슴에 금빛 훈장을 단 제복 차림의 사리카야 사딕(76.터키 국적)씨는 묘지 앞에서 장맛비를 맞으며 손을 앞으로 내밀고 이슬람식 기도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딕씨는 상반신을 들썩이며 기도하던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 참았던 눈물을 한동안 흘렸다.

"강원도 철원에 부대가 주둔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졌고 바로 눈 앞에서 친구의 턱 위 얼굴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른 친구는 다리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 친구들이 바로 여기에 묻혀 있습니다"

6.25 발발 56주년을 사흘 앞둔 22일 정오, 부산 대연동에 자리 잡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에 귀한 손님 32명이 찾아왔다.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전쟁에 참가했다 이제는 얼굴에 주름살이 깊게 패고 검버섯이 핀 노인으로 변한 터키의 6.25 참전 용사 16명.

그들이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초청으로 이날 50여 년 만에 전우들이 영면하는 공원을 방문했다.

일주일 일정의 이번 방문에는 이들의 손자, 손녀 16명도 함께 했다.

전쟁 뒤 조국 터키로 돌아가서도 밤마다 총을 잡고 전쟁터에 나가는 꿈을 꾸며 후유증에 시달렸다는 사딕씨는 "전쟁을 통해 한국과 터키는 형제 국가가 됐다"며 "50년 전 전쟁 밖에 없었던 한국이 이렇게 발전된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또 다른 참전 용사 아흐멧 세즈긴(79)씨도 "폭탄을 맞아 하반신이 끊어져 나간 고향 친구와 전장에서 산화한 다른 전우들이 바로 이 묘지에 묻혀 있다"며 터키 전사자들 이름을 하나하나 조심스레 살피며 묘역 구석구석을 돌았다.

6.25 당시 터키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1만4천936명의 병사를 한국에 파병했다.

이들 중 1천5명이 전사했고 462명의 유해가 현재 유엔기념공원에 안치돼 있다.

그러나 이들 노병과 함께 우리나라를 찾은 젊은 터키인들에게는 한국이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듯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처음 찾았다는 우즈겐(19)군은 "한국 전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서울에서 부산으로 올 때 탔던 빠른 KTX 열차와 2002년 월드컵, 한국 가전회사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우스겐군은 이어 "50여 년 전 우리 할아버지들이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서 전쟁을 하다 숨졌고 이를 통해 우리는 형제 국가가 됐다"며 "할아버지들이 피 흘린 이 땅을 밟아 보았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며칠 뒤 월드컵 한국-스위스전이 열리면 꼭 터키의 형제 나라인 한국을 응원할 것"이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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