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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007.01.31 부산여성신문/[다민족이야기]장애마저 아름다운 삶의 연마자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07-03-09 10:07:15
  • 조회3236

[다민족이야기]장애마저 아름다운 삶의 연마자

오민경의 다민족 이야기
장애마저 아름다운 삶의 연마자


슈베르트의 "밤과 꿈"을 들으면 한스가 생각난다. 한스는 제네바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화란인이다. 하루는 유엔본부에서 크리스마스 바자를 하고 있는데 그가 내게 다가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길을 물었었다.

내 딸이 가르치기로 승낙해서 그는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집에 왔었다. 다리를 심하게 저는 그는 정상인과 다름없이 살고 있었다. 왜 한국어를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취미가 言語라고 하며 그 동안 독학으로 한글교재를 가지고 공부해 왔다고 했다.

한국어가 그에게 14번째 언어라고 해서 우리 눈을 동그랗게 해 주던 한스는 아랍어도 러시아어도, 카나다식 불어도 시키는 대로 한다. 트럭 운전수들도 외국어 두 어 개는 할 정도로 和蘭인들은 유난히 외국어에 강한 것 같다. 아마도 일찍부터 살아남기 위한 작은 나라의 전략이었으리라.

그가 갖고 있던 교재는 연세어학당에서 나온 교재였는데 독학으로 공부하기란 아무래도 무리였다. 우리가 그 책을 봐도 이해가 잘 안 될 정도로 어렵게 되어 있었다.

이때가 1992년쯤이나 이미 오래전 이야기이다. 지금쯤은 이해하기 쉬운 교재가 많이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큰 애가 한국 대학 입시 때문에 떠나야 했으므로 수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될 무렵 그가 우리를 CERN 근처 자기 집에 초대했다. 그는 국경너머 프랑스에서 브라질인 부인과 살고 있었다. CERN은 유럽 입자물리학 연구소인데 www.http가 이곳에서 고안되었으며 깊은 지하에 20여km나 되는 원심 분리기가 있다.

그런 종류의 연구소로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규모라 한다. 언젠가 나도 그 땅속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그 규모에 놀랐었다. 내가 지금 이용하고 있는 인터넷의 기원이 당시 여기에서 개발되고 있었다니 역사의 현장을 되돌아보는 느낌이었다.

제네바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한스처럼 보통 국경 너머 프랑스에다 집을 산다.

스위스에서 월세로 사는 비용이면 '모기지'로 프랑스에 집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물가가 싼 프랑스에서 살면서 스위스 제네바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철밥통 인생이라고 할 정도로 국제 기구 내에는 관료주의가 팽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자신을 끝없이 연마해가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스는 비장애인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갔다.

초대되어간 그의 집에서 피아니스트인 부인이 반주를 하고 한수가 "밤과 꿈"을 불렀다. 원래 성악곡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기타이중주로 더 알려져 있는 곡이다.

한스의 노래는 그저 그랬지만 그는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후 이 음악만 나오면 한스를 떠올리고 쟁애자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꿈같은 사회가 부러워지는 한편 우리나라 장애인들의 삶이 밤같이 캄캄하게 느껴지곤 했다.
(2002.04.14 네델란드인 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