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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유엔기념공원과 관련한 신문, 잡지 등의 "언론 보도기사 모음" 입니다.

2022.10.24 중앙일보/ '30년 한국행' 英참전용사 명예시민증, 한국인 손녀가 받았다

 

6.25전쟁 당시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 임무를 맡았던 영국 파병 용사가 다음달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든다. 18세 때 파병된 그는 30여년간 해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전우들의 넋을 기렸다. 부산시는 그를 명예시민으로 위촉했다.

 

파병되기 전 제임스 그룬디 모습. 사진 박은정 유엔기념공원 대외협력국장

파병되기 전 제임스 그룬디 모습. 사진 박은정 유엔기념공원 대외협력국장

 

 

18세 영국소년병, 전사자 찾아 전장 누볐다

 

6ㆍ25전쟁 때 영국은 5만6000명을 파병했다. 당시 맨체스터 남부 에클스 출신인 제임스 그룬디(당시 18세)도 파병단에 속해 1951년 2월 한국에 왔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조부모 품에서 자란 그는 2년 가까이 장의사로 일하다 입대했다.

 

625 전쟁 당시 한국에서 시신수습팀으로 활동하던 제임스 그룬디(오른쪽에서 두 번째) 모습. 사진 박은정 유엔기념공원 대외협력국장

625 전쟁 당시 한국에서 시신수습팀으로 활동하던 제임스 그룬디(오른쪽에서 두 번째) 모습.
사진 박은정 유엔기념공원 대외협력국장

 

 

그룬디는 미국·뉴질랜드 등에서 온 군인들과 시신수습 임무를 맡았다. 그룬디 팀의 담당 구역은 부산에서 대구까지였다. 파견될 때 이들에겐 교전이 있었던 작전지역 지도와 미귀환자 명단이 주어졌다.

 

“반드시 찾아야 한다.” 화마의 상흔이 아직 선명한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전우를 찾는 임무를 맡을 때마다 그룬디는 이렇게 되뇌었다. 시신을 임시 매장해 찾기 수월한 전장도 있었지만, 크게 패퇴한 전투일수록 현장은 엉망이었다. 그룬디 팀은 한국군을 포함해 90여명의 전사자를 수습했다. 이렇게 수습된 전사자 2300여명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잠들어 있다. 그룬디는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무명용사’로 남게 된 전우를 안장할 때마다 약속했다. “이름조차 불러줄 수 없는 내 전우여. 내가 반드시 당신을 기억하고, 다시 찾아오겠다.”

 

한 번도 거르지 않은 30년 한국행

 

그는 정전 협정을 한 달 앞둔 1953년 6월 영국으로 돌아갔다. 맨체스터시티 2군 축구선수를 거쳐 경찰관으로도 활동하다 은퇴한 그룬디는 1988년 국가보훈처의 ‘참전용사 재방한’ 프로그램에 따라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때부터 2019년까지 32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년 자비를 들여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영국군 6·25 참전용사인 제임스 그룬디가 2019년 4월 10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영연방 위령탑을 찾아 옛 전우들의 이름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영국군 6·25 참전용사인 제임스 그룬디가 2019년 4월 10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영연방 위령탑을 찾아 옛 전우들의 이름을 살펴보고 있다. 송봉근 기자​

 

 

그룬디는 폐렴 등으로 건강이 악화한 몸을 이끌고 지난 5월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후 건강이 급속히 나빠진 그는 지난 8월 10일(현지시간) 영국의 한 병원에서 9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오래전에 “한국 전우 곁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는 다음 달 11일 세계가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턴투워드 부산’ 행사 때 이곳에 안장된다.

 

 

주인 잃은 명예시민증, 한국인 손녀 손에

 

매년 공원을 찾던 그룬디는 2006년 유엔기념공원 박은정 대외협력국장과 우연히 대화를 나눴다. 참전용사인 그룬디와, 그들이 영면한 묘역을 관리하는 박 국장은 빠르게 서로를 이해했다. 그룬디가 박 국장 결혼식에 ‘할아버지’ 자격으로 참석할 만큼 가까워졌고, 박 국장은 물론 그의 남편 등 가족 이름도 그룬디 족보에 올랐다.

 

부산시는 그룬디가 아직 살아있던 지난 6월 명예시민으로 위촉했다. 주인 잃은 그의 명예시민증은 박 국장이 받았다. 박 국장은 “할아버지인 그룬디 명예시민증을 대신 받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갖고 싶은 것은 아니어서 그룬디 안장 이후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했다.

 

앞서 그룬디는 명예 부산 남구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유엔기념공원에서 77주년 유엔의날 기념식을 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