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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 누구나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에 감사하고 추모할 수 있습니다.

언론보도

유엔기념공원과 관련한 신문, 잡지 등의 "언론 보도기사 모음" 입니다.

2023.06.25 세계일보/ 유엔군 전몰 용사 2300여 명이 영면해 있는 유엔기념공원 가보니 [르포]

유엔군 전몰 용사 2300여 명이 영면해 있는 유엔기념공원 가보니 [르포]

 

올해로 6·25전쟁 발발 73주년과 정전 70주년을 맞아 지난 21일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영면해 있는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가 자리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이날 부산에는 아침부터 장대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근엄한 표정의 위병이 버티고 선 정문을 지나자 22개 참전국가들의 국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들 국기들은 마치 전몰용사들의 영혼을 위로라도 하듯 미동도 없이 잔뜩 물기를 머금은 채 굵은 눈물 같은 빗방울만 소리 없이 떨구고 있었다.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몰장병 2320명이 영면해 있는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내 주묘역에 빗물을 머금은 붉은색과 노란색 장미꽃이 피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받쳐 들고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내외국인 참배객들이 예상외로 많았다.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공원관리처)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한때 32만명까지 줄었던 유엔기념공원 방문자 수가 방역완화 조치와 함께 점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0만7000명의 방문객이 다녀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11개 나라 2320명의 전몰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은 14.39㏊(약 4만500평)의 면적에 상징구역과 주묘역, 녹지공간으로 구분돼 있고, 관리동과 추모관, 기념관 등의 부속 건물로 구성돼 있다.

 

공원관리처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삼각 형태의 추모관 건물부터 찾았다. 외국인 방문객 서너 명이 자원봉사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들과 함께 약 15분에 걸쳐 6·25전쟁과 유엔묘지 조성 배경 및 안장자에 대한 안내영상을 시청했다.

 

방문객들이 삼각형 형태의 추모관에서 약 15분에 걸쳐 6·25전쟁과 유엔묘지 조성 배경 및 안장자에 대한 안내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추모관은 삼각형태의 건물로 내부는 스테인드글라스로 구성돼 있는데, 알고 보니 세계적인 건축가 김중업씨가 설계한 것이다. 전몰장병들의 다양한 종교적인 배경을 상징한다는 추모관의 삼각 형태는 추상성과 영원성을 강조하고, 스테인드글라스는 평화의 사도·승화·전쟁의 참상·사랑과 평화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한다.

 

추모관 옆 기념관은 유엔군사령부가 6·25전쟁 당시 최초로 사용한 유엔기를 비롯한 각종 사진자료와 기념물 등이 전시돼 있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와 유엔기념공원 맨 위쪽에 조성된 상징구역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22개 나라의 국기와 태극기 및 유엔기가 게양돼 있고, 그리스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콜롬비아, 태국, 튀르키예, 필리핀 등 7개 나라 8개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지난 21일 ‘오늘의 추모용사’로 선정된 캐나다군 묘.

이곳에서 한 오스트리아 청년을 만났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이 청년은 “평소 유엔과 세계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부산을 방문할 기회가 생겨 일부러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며 “타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참전용사들의 용기에 가슴이 먹먹하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다.

 

상징구역 바로 아래 주묘역은 영국과 캐나다, 호주,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 7개국의 묘역이 조성돼 있다. 이곳엔 전몰장병의 묘와 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모든 묘에는 장미가 심겨져 있다. 묘지에 핀 붉은색과 분홍색의 장미꽃이 초록빛 잔디와 묘한 대조를 이뤘다. 

 

공원관리처 관계자는 “매일 아침마다 이곳에 안장된 전몰용사들의 전사일에 맞춰 ‘오늘의 추모용사’에게 헌화하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주묘역 아래는 드넓은 녹지공간이 펼쳐지는데, 주묘역과 녹지공간 사이를 구분하는 통로를 따라 ‘도은트 수로’라고 부르는 작은 개울(수로)이 흐른다. 길이 110m, 폭 0.7m 크기의 이 수로는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전몰장병 중 최연소자(17세)인 호주 병사 도은트(J. P. DAUNT)의 성을 따서 지은 것이다. 묘역과 녹지지역을 양분하는 이 수로는 ‘삶(녹지지역)과 죽음(묘역)사이의 경계’라는 신성함을 함축하고 있다. 이곳에는 전쟁의 참혹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200여 마리의 물고기와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평화롭게 서식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 내 추모명비와 분수.

드넓은 녹지공간 한쪽에는 22개의 대형 분수 위에 365일 꺼지지 않는 추모의 불기둥이 피어오르는 탑이 서 있고, 그 주변으로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가 세워져 있다. 명비에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유엔군 4만896명의 이름이 모두 새겨져 있다. 이름 뒤에는 각각 다이아몬드 표시와 점이 새겨져 있는데, 다이아몬드는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것을 나타내고, 점은 다른 곳에 안장됐거나 알려진 무덤이 없는 용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나라별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비 입구에는 ‘우리의 가슴에 님들의 이름을 사랑으로 새깁니다. 우리의 조국에 님들의 이름을 감사로 새깁니다’라는 이해인 수녀의 시가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또 추모명비 사이에는 ‘분단’을 상징하는 커다란 옥색 벽이 세워져 분단된 대한민국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공원관리처 관계자는 “유엔기념공원은 국제적 연대와 협력, 참전국에 대한 대한민국의 보은 의지, 미래 세대 교육 장소라는 의미를 갖는다”며 “정전 70주년을 맞아 허머스턴 부부·허시 형제와 같은 안장자 스토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군 장교와 간호사 아내인 허머스턴 부부는 남편이 결혼 3주 만에 6·25전쟁에 참전한 뒤, 곧바로 전사했다. 아내는 남편 사망이후 평생 자식도 없이 봉사하며 홀로 살다 숨지기 직전 “남편 곁에 함께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결국 남편 곁에 합장됐다.

 

캐나다인 허시 형제는 동생이 먼저 6·25전쟁에 참전했고, 형이 뒤따라 참전했다. 형이 먼저 전사했고, 생존한 동생은 사망 후 형과 함께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매년 6월 유엔기념공원을 찾는다는 한국인 부부가 ‘무명용사의 길’을 걷고 있다.

녹지공간 아랫부분에 조성된 ‘무명용사’의 길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유엔군 전몰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으려고 매년 6월 유엔기념공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2016년부터 유엔 참전용사들과 영어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참전용사들의 손녀역할을 자청해 온 캠벨 에이시아(16)가 6·25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아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참전용사들의 손녀역할을 자청해 온 캠벨 에이시아(16)가 6·25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에게 쓴 손편지.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제공

에이시아는 참전용사들에게 쓴 편지에서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헌신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품고 도전하며 성장할 수 있는 현재와 미래를 선물했다”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만들어낸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공유하며 미래세대에 계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이시아는 2007년 부산에서 캐나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당시 ‘유엔 참전용사에게 감사편지쓰기’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한 것을 계기로 6·25전쟁에 참전했던 네덜란드 반호이츠부대를 방문하고, 참전용사들의 손녀역할로 ‘꼬마 외교관’이란 호칭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