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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어느 뉴질랜드 소녀의 '한국 전쟁'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07-07-25 11:20:21
  • 조회3535

<어느 뉴질랜드 소녀의 '한국 전쟁'>
연합뉴스 2007년 4월 7일 07:50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한국 전쟁을 흔히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이 전쟁을 기억해야 한다"

남북간 화해 협력 분위기에 묻혀 한국에서조차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점점 조심스러워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이 말을 던진 건 꿈 많은 뉴질랜드의 10대 소녀다.

뉴질랜드 레빈 소재 호로웨누아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브리지드 보일(17)은 아시아 뉴질랜드 재단이 선발하는 금년도 데이비드 홀보로우 기념 장학생 공모에 제출한 에세이에서 할아버지가 참전했던 한국 전쟁의 의미를 현세대는 어쩌면 잘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른스럽게 그 같은 주문을 내놓았다.

보일은 자신에게 상금으로 3천 달러의 장학금을 쥐어준 이 에세이에서 할아버지인 윌리엄 머레이 힐이 한국전에 참전한 건 한 사람의 군인으로서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와 자유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게 도덕적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보일은 할아버지가 2차 대전에도 참전했던 역전의 용사로 1951년 한국전에 가서는 통신부대를 이끌었다면서 군인들이 전쟁을 치르면서 겪는 육체적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 전우애로 뭉치고 의무감, 용기 따위를 더욱 굳건히 다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에세이를 발췌, 요약한 내용이다.

전쟁의 극한 상황에서 맺어진 전우애의 끈끈한 유대관계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할아버지는 'K-포스'라고 불리는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모임에도 나가고 한국에도 다녀왔다.

할아버지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뉴질랜드 젊은이들이 6천명이나 한국 땅에 가서 싸우다 많은 수가 희생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좋은 점은 전우애가 영원하고 전쟁이 좋은 쪽으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봄에서 초여름으로 이어지던 한국의 기나긴 장마, 30도를 웃도는 여름의 무더위, 영하 17도를 넘나들던 겨울의 매서운 추위 등을 곧잘 얘기하곤 한다.

한국 전쟁은 흔히 잊혀진 전쟁이라고들 한다. 그 이유는 전쟁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참전 용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53년 시작된 휴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을 빼놓고는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기억들을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참전 용사들에게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환대와 아직도 빚을 지고 있다는 의식은 그것을 잘 말해준다. 그들은 공산화의 수렁에서 나라를 건져준 참전용사들에게 큰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세계대전만큼 중요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전쟁을 겪은 남북한은 지금까지도 다른 나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 전쟁은 아직도 불안정한 휴전상태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헌장 정신에 따라 회원국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웠던 세계 최초의 전쟁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전쟁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

우리는 뉴질랜드의 젊은 병사들이 한국전에 참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며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을 오늘의 바쁜 일상 속에 묻혀 망각해버려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들의 가치가 변하고 물질과 부와 일이 전통적인 국가적 자존심과 의무감 보다 앞자리로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참전 용사들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함으로써 그들이 보여주었던 용기와 의무감, 희생정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고마워하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우리는 한국 전쟁을 기억해야만 한다.

데이비드 홀보로우 기념 장학금은 아시아 뉴질랜드 재단의 한국학 프로그램 창시자 데이비드 홀보로우를 기념해 만든 것으로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 용사 후손이나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한국계 학생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이 에세이를 쓴 보일은 뉴질랜드 참전용사 후손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2007년도 수혜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보일은 한국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 덕분에 장학금을 받게 돼 무척 기쁘다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웰링턴에 있는 빅토리아 대학에서 법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o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