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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백일장-중등부문]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 특별상 작품2

  • 작성자관리자
  • 작성일2007-09-21 12:05:59
  • 조회3508

<학생부-동양중학교 3학년 송다정>

 
<카라보트전시관에 전시된 작품모습>
 
제목: 죽은자들의 무도회

UN공원에 도착하자, 습기를 머금은 시원한 바람이 나를 반겼다. 바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천천히 발을 옮기자, UN공원의 정문이 보였다. 아름답게 빛나는 벽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당당한 엄숙함마저 깃들어 있어서, 나는 순간 멈칫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 잡고 UN공원으로 들어갔다.
UN공원의 내부는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나무들은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었고, 건물들은 정갈한 느낌의 아름다움을 주었다. 그 산뜻한 느낌에 나는 잠시 UN공원이 전사자들의 묘지가 있는 곳이란 것도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절제가 있었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소란스럽지 않았다. 나는 그 고요한 아름다움이 기뻤다. UN공원에서는 죽은자들에 대한 예의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죽은자에 대한 예의' 그것이 바로 UN공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물론 UN공원이 있음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도 많겠지만, 본 목적은 역시 죽은자들에 대한 추모다. 그렇기에 철저한 절제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절제된 엄숙하기까지 한 아름다움 앞에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나는 그저 평범한 중학생일 뿐이다. 나에게 있어 전쟁이란 그저 교과서 안의 검은 글자들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전쟁의 흉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상당한 충격이다. 아니 어쩌면 슬픔에 가깝기까지 한 그런 묘한 충격을 준다. 나에게 UN공원은 그런 이상스러운 슬픔의 장소였다.
잠시 멈춰져 있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다시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 곳이 죽은자들의 무덤이었다. 묘한 슬픔을 느끼게 했던 주변의 건축물과는 달리 그들의 무덤을 의외로 무덤덤한 느낌을 주었다. 주변의 건물과 나무들은 슬픔을 은근히 밖으로 드러내고 있는 느낌인데, 무덤들은 그저 슬픔을 땅 속에 꾹 묻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 무덤들을 멍하니 들여다보며, 나는 죽은자들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먼 타국에 와서 전쟁에 희생된 수많은 영국인, 터키인, 그리고 다른 나라의 군인들을, 그 마음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곧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그 처절한 감정들은 온전히 전사자들의 것이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그것은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쓸쓸하게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그들의 무덤 앞에서 방향을 튼 바로 그 순간 내 머리속에 어떤 노래가 떠올랐다. 그 노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죽은자들의 무도회'라는 노래였다. 그 노래의 음울한 곡조와 가사가 내 마음을 순간 울적하게 했다.
'죽은자들의 무도회-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죽음을 향해서 달리네...'
영원한 것은 없다...라,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의 목숨, 너무나 안타깝게 죽어버린 이 죽은자들의 생명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덧없이 끝나버린 목숨, 그 목숨들이 땅 안에서 춤추고 있었다. 내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을 그런 감정을 품고서.
정말로,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옳을 지도 모른다. 사람의 목숨 뿐만아니라 사람들의 기억까지도....
한국전쟁은 끔찍한 참사였지만, 사람들 안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잊혀질것이고, 결국 그것은 역사교과서 안의 한 페이지로만 남을 것이다. 지금 내가 그런 것처럼 후세의 사람들은 전쟁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그 상처가 아문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상처를 계속 기억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UN공원은 아주 훌륭한 학습장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발걸음 소리를 죽여서 조심조심 묘지 앞을 지나갔다. 내가 죽은자들의 무도회를 방해할 권리는 없다. 또한 무도회장을 파괴할 수도 없다. UN공원은 산자들의 학습장소이자 죽은자들의 무도회장이다.
UN공원의 엄숙한 아름다움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그 무도회장의 안에서 시계를 보니 1시 30분이 약간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깜짝놀라서 집합장소로 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기묘한 충격과 슬픔은 심장안에 그대로 간직해 둔 채로.

관리자 답변

2007-10-08 15:37:58 (전예진)
  유엔공원의 엄숙함과 고요함을 과하지 않고, 절제있게 표현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죽은자가 있는 묘역과 글을 쓰기위해 녹지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님의 글에서 죽은자와 산자의 경계점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