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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2007.12.28/여성신문11면]천국은 아마도 도서관 같을 거야

  • 작성자오민경
  • 작성일2008-01-15 08:53:34
  • 조회3705

[2007.12.28/여성신문11면]세계는 하나-오민경의 다민족 이야기

‘천국은 아마도 도서관 같을 거야’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말을 누가 했을까요? 조지 루이스 보르게스라구 1899~1986 살다간 알젠틴 태생 시인이자 수필가였다는 군요. 그를 알지 못했지만 이 말을 듣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은 몇 년 전으로 달려갑니다. 우연히 들렸던 실제로 존재하는 천국 같은 도서관이 떠오릅니다. 고백하건대, 과거 한국에서 나는 도서관과 친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하고 안락한 카페같이 가고 싶은 그런 도서관이 집 근처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멀리 뉴욕 롱아일랜드 우드미어 시립 도서관에 갔을 때 마치 천국에 들어간 듯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아니지 내 손자들 세대는 나랑 똑같으면 안 되지’ 그런 마음으로 자세히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아늑한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이 행복해 보였으며 그런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민들이 부러웠습니다.
나이 지긋한 자원봉사자들은 높은 학력의 소지자들로써 천국에 걸 맞는 품격있는 일꾼들로 보였습니다. 벽에 걸린 미술 작품 역시 품격이 있었습니다. 이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든 알게 모르게 어느새 품격을 배울 것입니다.
우드미어 도서관은 처음 들어간 이방인에게 더 없이 친절했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다가와서 안내도 해 주었습니다. 저 만치 어떤 젊은이는 공부를 하고 있었으며 꼬부랑 할아버지는 뭔가 열심히 읽고 계셨으며 어린 학생도 있었습니다.
세대차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자유로운 곳 정원과 책이 있는 곳 고요한 도서관은 그 동네의 품격을 더해주고 있었지요. 건물 지하에서는 저녁에 여러가지 문화행사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때가 1990년쯤이었나 봅니다.
올해 조선일보가 거실을 서재로 꾸미기 운동을 벌이고 지방자치 단체들도 책과 선진국의 함수관계를 인식한 듯 동네 도서관 설립이 날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부산 용호동 엘지 메트로시티 아파트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도서관이 서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경로당이나 놀이터가 우선순위의 상위에 있고 책은 집에 몇 권만 있으면 되는 것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 우여곡절이라는 단어를 써봅니다.
알고 보니 아파트 건축허가에는 도서관이 들어가야 한다 하고 준공허가를 위해 구색 맞추는 격으로 건물 지하실에 건성으로 만들어 놓았던 도서실이 버려진 채로 있어 그 시설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통풍이 잘 안되고 어둡고 습해서 늘 불을 켜야 됩니다.
그 건물의 3층에는 값비싼 기계실이 들어섰는데 사람보다 기계가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 같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책을 모으고 부산시 교육청에서 쌈지도서관을 인가 받아 천국같지는 않더라도 우선은 그 지하방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밝고 아늑한 장소로 옮기는 것이 꿈입니다.
꿈이 있으니 실현될 날도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오늘도 들려봅니다.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설립목표는 책과 친하게 지내는 분위기 조성에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고 즐기고 유익한 교양과 지식을 쌓으면 좋겠습니다.
선진국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동네 도서관과 친하게 지내고 어른이 되었을 때 경쟁력이 있는 시민을 배출합니다.
지금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작이 반이라 생각하고 친근하게 들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고 어렵사리 시작을 했습니다.
어린이용 책 뿐 아니라 최신 베스트셀러도 있고 요즘 뜨는 재테크와 자기계발서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천국이 아니지만 마음 뿌듯합니다.